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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뜻대로 되지 않았던 날

그리즐리 베일리 2024. 11. 11. 11:26

2n년을 대문자 P로 살다가 최근에서야 J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계획을 하고 그것대로 실행하는 삶. 얼마나 멋있는가!
그렇다고 내가 아주아주 촘촘하게 계획을 세운다든가 하는 것은 못하지만, 투두리스트나 해빗트래커와 같은 것들을 진행해가며 소소한 성취감을 맛보고 있다.
지난 금요일도 마찬가지로 여러 투두리스트들을 세웠다. 받아야하는 송금과, 그것을 이체해야하는 부분들이 있었고 일찍 일이 끝나는대로 도서관에 가서 내가 예약을 했던 책을 빌릴 참이었다. 아주 완벽한 계획이었다. (내 나름대로.)

그러나 오후부터 이 완벽한 계획은 틀어지기 시작했다.
받아야 하는 송금은 보내주시는 분의 일정이 틀어지면서 못 받았고, 송금을 못 받았으니 자연스럽게 이체해야하는 부분도 지연이 되었다. 이때당시 속상했다. 화도 났다.
분명 이번주까지 송금이 가능하다고 말씀을 해주셨기 때문에... 그런데 금요일되서 못할 것 같다고 하니 너무나 마음이 힘들었다. 화를 내고 싶었다. 그러나 침착하게 산책을 하며 다시 생각해보았다. 내가 이 분한테 화를 내서 해결되는 것이 있는지. 당연히 없었다. 뭐.. 물론 내 기분이야 조금 풀릴 수는 있겠다만, 성격상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
그리고 평소에도 자주 나를 도와주시던 분이기도 했고.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힐려고 노력했다. 잠깐의 산책과 좋은 음악, 그리고 생각의 비움을 통해 이전의 나보다 화를 덜 내게 되었다. (안냈다고 표현하고 싶었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어느정도의 화가 글을 통해 보였을 수도 있어서...)
계획이 틀어진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바탕 사건이 일어난 후 마음을 추스리며 도서관에 가보니 오메 세상에, 하필 휴관일이었다! 한달에 딱 두번있는 휴관일. 심지어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예약한 도서관은 늘 가던 곳이 아니라 다른 곳이었다는 것도!
직장에서 도서관을 오기위해 돌아돌아 온 터라 몸도 마음도 지쳤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맛있는 거나 먹자 하는 마음에 붕어빵을 사러 갔다.

기껏해봐야 한 두명정도의 대기줄이 있었던 붕어빵 포장 마차는 오늘따라 4명은 되보이는 대기줄이 있었다. 대기할 수 있는 체력이 없었기 때문에 조금 고민을 하다가
그러면 집 근처 상가 지하에 있는 떡볶이라도 먹어야겠다 하고 집으로 향하였다. 하지만 이 대장정의 모험의 끝은 모두가 예상하다시피 그 떡볶이집조차 문을 닫아 먹지 못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나는 오후2시에 일을 끝내고 점심도 먹지 못한채 집에 왔고 시간을 보니 벌써 5시 반이 넘어가고 있었다.
참 아무것도 되지 않은 날이었다. 아무것도 못먹은 날이었고. 집에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면 정말 눈물이 났을 것같은 날이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따뜻한 미역국이 남아있었고, 아빠가 사다놓은 우삼겹도 있었다! 비록 아무것도 되지 않은 날이었지만, 나는 내 나름 화를 참아냈고 미역국과 우삼겹을 먹었다. 생각보다 괜찮은 날이었다.

쏘 야미